성경의 숨은 재밌는 이야기 · 미가서 더 보기

일곱 장짜리 책에 숨은
여덟 장면

이름으로 끝나는 책, 지명 말놀이, 유엔 앞의 동상까지
미가서를 재밌게 읽는 여덟 가지 이야기

미가 1–7장
여는 글

미가서는 겨우 7장밖에 안 되는 짧은 책이에요. 그래서 소선지서를 통독할 때 금방 지나가 버리기 쉬워요. 그런데 천천히 들여다보면, 말놀이와 풍자, 그리고 수백 년을 건너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곳곳에 숨어 있어요.

모레셋이라는 시골 마을에서 올라온 선지자가 남긴 여덟 가지 장면을 하나씩 만나 봅니다.

1

자기 이름으로
책을 끝낸 선지자

미가 1:1 · 7:18

'미가'라는 이름은 미카야후를 줄인 말로, "누가 여호와와 같은가?"라는 뜻이에요. 이름 자체가 하나의 질문인 셈이죠.

그런데 책의 마지막 찬양(7:18)이 바로 "주와 같은 신이 어디 있으리이까"로 시작해요. 히브리어로는 미 엘 카모카. 선지자가 자기 이름을 풀어 쓴 고백으로 책을 마무리한 거예요.

평생 이름으로 던지던 질문에, 일곱 장의 설교 끝에서 스스로 답을 한 셈이에요. "정말 없습니다. 죄를 용서하시는 분은 주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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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이 마지막에 남기는 고백은 무엇일지, 내 이름이 하나님을 높이는 질문이 되고 있는지 돌아봅니다.
2

동네 이름마다
숨겨 둔 말장난

미가 1:10-15

미가 1장 후반부는 낯선 지명이 줄줄이 나와서 그냥 넘기기 쉬운 곳이에요. 그런데 히브리어로 읽으면 마을 이름 하나하나로 만든 말놀이예요. 우리말로 옮기면 이런 느낌이에요.

먼지마을(베들레아브라) — 먼지를 뒤집어써라
예쁜마을(사빌) — 벌거벗고 부끄러워하며 나가라
나옴마을(사아난) — 나오지 못한다
쓴맛마을(마롯) — 복을 기다리지만 쓴맛만 본다
말마을(라기스) — 병거에 말이나 매어라, 곧 도망칠 준비를 하라
속임마을(악십) — 왕들을 속이는 곳이 된다

마치 "울산에서 울고, 대구에서 대굴대굴 구른다"는 식이에요. 😄 게다가 첫머리의 "가드에 알리지 말라"는 다윗이 사울과 요나단의 죽음을 슬퍼하며 부른 애가(삼하 1:20)에서 가져온 표현이에요. 원수에게 들키고 싶지 않을 만큼 부끄러운 소식이라는 뜻이죠.

웃기려고 한 말장난이 아니에요. 사람들이 자랑하던 동네 이름이 오히려 심판을 알리는 표지판이 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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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랑으로 여기는 이름과 간판이 하나님 앞에서는 어떻게 읽힐지 돌아봅니다.
3

술 이야기 해주는 설교자가
제일 인기

미가 2:6, 11 · 3:5
사람들이 막은 설교
"이런 예언 하지 마라"(2:6) — 죄를 지적하는 불편한 말씀
VS
사람들이 원한 설교
"포도주와 독주에 대해 전하겠다"(2:11) — 듣기 좋은 말씀

미가가 죄를 지적하자 백성들은 "그런 설교 좀 그만해라"며 입을 막아요. 그러자 미가가 씁쓸하게 비꼬아요. 누가 거짓말로 "포도주와 독주 이야기를 해 주겠다"고 하면, 그 사람이 이 백성의 선지자가 될 거라고요. 😄

3장에서는 한술 더 떠요. 먹을 것을 주면 "평강!"을 외치고, 안 주면 전쟁을 선포하는 선지자들이 등장해요(3:5). 설교 내용이 사례비에 따라 달라지는 거죠. 듣기 좋은 말만 찾는 모습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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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귀에 달콤한 말씀만 찾고, 나를 고치려는 말씀은 피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봅니다.
4

백 년 뒤
예레미야를 살린 설교

미가 3:12 · 예레미야 26:16-19

미가는 목숨을 건 설교를 했어요. 시온이 밭처럼 갈아엎어지고 예루살렘이 돌무더기가 될 것이라고요(3:12). 성전이 있는 거룩한 도시가 무너진다는 말은, 당시로서는 신성모독처럼 들릴 수 있었어요.

약 백 년 뒤, 예레미야가 비슷한 설교를 했다가 사형당할 위기에 처해요. 그때 장로 몇 사람이 일어나 미가를 예로 들어요. "히스기야 때 모레셋 사람 미가도 똑같은 말을 했다. 그때 왕이 그를 죽였느냐? 오히려 여호와를 두려워하고 회개하지 않았느냐?"(렘 26:18-19)

그 말 덕분에 예레미야는 목숨을 건져요. 성경 안에서 선지자의 말씀을 이렇게 이름까지 밝혀 그대로 인용한 경우는 아주 드물어요. 백 년 전 설교 한 편이 후배 선지자의 목숨을 구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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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순종하며 전하는 말씀 한 줄이, 먼 훗날 누군가를 살리는 씨앗이 될 수 있음을 믿습니다.
5

작은 마을의 큰 약속,
주소는 알면서 가지 않은 사람들

미가 5:2 · 마태복음 2:1-12

미가는 유다 족속 중에 작고 보잘것없는 베들레헴에서 이스라엘을 다스릴 자가 나온다고 예언했어요(5:2). 예루살렘 같은 큰 도시가 아니라 시골 마을이라는 점이 시골 선지자 미가다워요.

약 700년 뒤, 동방박사들이 헤롯을 찾아와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 하고 물어요. 대제사장과 서기관들은 망설임 없이 이 구절을 읽어 줘요(마 2:5-6).

성경 전문가들
주소를 정확히 알았지만, 한 사람도 가지 않았다
VS
동방박사들
성경은 몰랐지만, 먼 길을 와서 경배했다

예루살렘에서 베들레헴까지는 걸어서 두세 시간 거리예요. 그런데 성경 지식이 있던 사람들은 정작 베들레헴에 가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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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을 아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말씀을 따라 예수님께 찾아가는 사람이 되기를 원합니다.
6

유엔 앞에 서 있는
미가서

미가 4:3-4 · 이사야 2:4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며"(4:3). 이 구절은 이사야 2:4에도 거의 똑같이 나와요. 같은 시대 두 선지자가 같은 평화의 환상을 전한 거예요.

이 말씀을 표현한 동상이 지금 뉴욕 유엔 본부 정원에 서 있어요. 한 사람이 망치로 칼을 두드려 보습을 만드는 모습이에요. 놀랍게도 1959년 무신론 국가였던 소련이 기증한 작품이에요.

이어지는 4절, "각 사람이 자기 포도나무 아래와 자기 무화과나무 아래에 앉을 것이라"는 구절은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편지에서 즐겨 인용했어요. 1790년 뉴포트의 유대인 회당에 보낸 편지에서도 이 표현으로 종교의 자유와 평안을 약속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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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들린 날 선 말과 다툼의 도구를, 사람을 살리고 열매 맺게 하는 도구로 바꾸어 봅니다.
7

점점 올라가는 경매,
그리고 의외의 정답

미가 6:6-8

백성들이 묻습니다. "내가 무엇을 가지고 여호와 앞에 나아갈까?" 그리고 스스로 답을 내놓는데, 가격이 경매처럼 점점 올라가요.

1번제물로 드릴까?
2일 년 된 송아지로?
3숫양 천 마리면 기뻐하실까?
4강물처럼 흐르는 기름 만 줄기는?
5내 맏아들까지 드리면 될까?
하나님의 대답: 공의를 행하고, 인자를 사랑하고, 겸손히 하나님과 함께 걷는 것

사람들은 하나님을 더 비싼 값을 불러야 만족하시는 분으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하나님의 답은 의외로 단순했어요. 가격표가 아니라 삶이었죠. 여기서 '인자'는 헤세드, 끝까지 붙드는 사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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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이 드리는 것으로 하나님과 함께 걷는 삶을 대신하려 하지 않았는지 돌아봅니다.
8

바다에 던지는 죄,
강가의 빵 부스러기

미가 7:19

"우리의 모든 죄를 깊은 바다에 던지시리이다"(7:19). 미가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 약속에서 유대인의 타슐리흐라는 풍습이 생겼어요.

유대인들은 새해(로쉬 하샤나, 나팔절)가 되면 강가나 바닷가로 나가 이 구절을 읽고, 주머니를 털거나 빵 부스러기를 물에 던져요. 지난 한 해의 죄를 하나님이 바다 깊은 곳에 던지신다는 것을 몸으로 고백하는 거예요.

사람이 던진 건 아무리 멀리 던져도 다시 주울 수 있어요. 그런데 하나님이 던지시는 곳은 아무도 닿을 수 없는 바다 깊은 곳이에요. 다시는 꺼내 보지 않으시겠다는 약속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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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 이미 바다에 던지신 죄를, 내가 다시 건져 올려 붙들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봅니다.
맺는 글
누가 주와 같으랴

미가서는 날카로운 심판의 말로 시작하지만, 결국 선지자 자신의 이름이 담긴 찬양으로 끝나요. 말장난 속에도, 풍자 속에도, 수백 년 뒤의 이야기 속에도 같은 하나님이 계셨어요.

죄를 바다 깊은 곳에 던지시고, 작은 마을에서 왕을 보내시는 하나님. 그분과 같은 분은 정말 어디에도 없어요.

"주와 같은 신이 어디 있으리이까" (7:18)

※ 본문 인용은 개역개정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미가서의 큰 그림은 「미가서, 이름이 질문이 된 책」에서 함께 보실 수 있어요.